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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거래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면 계약서의 위약금·비밀유지·관할 조항도 함께 효력을 잃는가

조항 예시

이 글은 납품 계약서나 용역 계약서를 직접 쓰거나 검토하는 중소기업 실무자와 개인사업자를 위한 해설입니다. 다음 상황을 가정합니다. 거래 상대방이 약속한 납기를 여러 차례 지키지 않아 발주자가 계약을 끝내려 합니다. 이때 실무자는 계약이 끝나면 위약금 조항, 비밀유지 조항, 분쟁 관할 조항도 함께 사라지는지 궁금해합니다. 상대방이 \"계약이 해제되었으니 위약금 조항도 없어졌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조항은 대체로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계약서의 원문이 아닙니다. 여러 계약서에 반복해서 나오는 형태를 일반화한 것입니다.

  • 종료 사유 부분: 한쪽 당사자가 의무를 위반하면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위약금 부분: 의무를 위반한 당사자가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고 정합니다.
  • 존속 부분: 비밀유지 의무와 분쟁 관할에 관한 조항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효력을 유지한다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발주자가 부품 납품 계약에서 선급금 일부를 지급했고, 공급자는 물량 일부만 납품한 뒤 납기를 넘겼다고 가정합니다. 발주자가 계약 전체를 해제하면 선급금 반환, 이미 납품된 물량의 처리, 위약금 청구, 그동안 공유한 도면의 비밀유지가 한꺼번에 문제가 됩니다. 이 글은 이 가운데 위약금과 비밀유지·관할처럼 종료 뒤에도 남는지가 다투어지는 조항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조항의 의미: 해제와 해지가 효과에서 갈리는 지점

민법은 해제와 해지의 효과를 다르게 정합니다.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돌립니다. 그래서 각 당사자는 원상회복 의무를 지고(민법 제548조 제1항), 받은 돈을 돌려줄 때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해지는 계약을 장래에 대해서만 소멸시킵니다(민법 제550조). 따라서 이미 이행된 부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해지는 주로 임대차나 유지보수처럼 급부가 계속되는 계약에서 쓰입니다.

해제의 소급효만 보면 위약금 조항도 함께 사라진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민법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또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위 조항 예시처럼 해제를 위약금 지급 사유로 직접 적어 두었다면, 이 조항은 당사자가 해제 이후의 처리를 미리 약속한 것으로 읽힙니다. 두 제도의 효과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의 효력: 해제하면 계약이 처음부터 소멸하고, 해지하면 장래에 대해서만 소멸합니다.
  • 이미 주고받은 것: 해제하면 원상회복 대상이 되고, 해지하면 원칙적으로 그대로 유지되며 남은 기간만 정산합니다.
  • 돌려주는 돈의 이자: 해제하면 받은 날부터 이자를 더하고, 해지하면 계약 내용에 따라 정산 방식이 달라집니다.
  • 손해배상과 위약금: 두 경우 모두 민법 제551조에 따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제3자 보호: 해제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제한을 받습니다(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해지는 소급효가 없어 이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어느 효과가 적용되는지는 통지서에 쓴 단어보다 계약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한 번의 이행으로 급부가 끝나는 계약은 해제의 대상이 되고, 일정 기간 급부가 반복되는 계약은 해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서가 해제와 해지를 구분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만 적었다면, 계약의 성질을 보고 어느 쪽인지 해석하게 됩니다.

분쟁이 생기는 지점

첫째 쟁점은 조항의 문언입니다. 위약금 조항이 \"해지하는 경우\"만 적고 해제를 빠뜨렸다면, 일회성 납품 계약을 해제한 뒤 위약금을 청구할 때 조항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는 민법 제551조에 따라 남습니다. 다만 정해진 위약금을 바로 청구하지 못하고 실제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제와 해지를 모두 적어 두면 종료 방식과 관계없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둘째 쟁점은 금액이 적정한지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해제 뒤에 위약금 조항이 살아 있더라도 약정한 금액이 그대로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쪽이 여러 상대방에게 같은 내용으로 쓰는 약관 형태의 계약이라면 별도의 심사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 규제 업무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조항과 계약의 해제·해지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불공정 약관 심사 대상으로 다룹니다.

셋째 쟁점은 존속 조항입니다. 해지는 장래효만 있으므로 계약 기간 중에 이미 생긴 비밀유지 의무가 남는다는 점에는 큰 다툼이 없습니다. 반면 해제는 소급효를 이유로 비밀유지 의무나 관할 합의도 없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다툼을 줄이려면 종료 사유와 관계없이 존속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법이 실무상 가장 확실합니다. 원상회복 범위를 두고 이자 기산일이나 이미 제공한 용역의 가액 반환을 다투는 경우도 함께 생기므로, 정산 기준을 따로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해제를 이유로 위약금 조항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면 다음 순서로 확인합니다. 먼저 위약금 조항의 지급 사유에 해제가 들어 있는지 봅니다. 다음으로 존속 조항 목록에 위약금이나 정산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봅니다. 둘 다 없다면 위약금 대신 민법 제551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 방향을 바꿀지 검토하고, 실제 손해를 보여 줄 자료를 미리 모아 둡니다.

작성 시 유의사항

계약서를 쓰거나 검토할 때는 종료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부분을 조항마다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목록은 서명 전에 확인할 항목입니다.

  • 위약금 지급 사유에 해제와 해지가 모두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손해배상과 별도로 내는 벌금 성격의 금액인지 문언으로 구분합니다. 따로 정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 실제 손해가 위약금보다 클 때 초과 손해를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 정합니다.
  • 비밀유지, 분쟁 관할, 정산, 지식재산권 귀속처럼 종료 뒤에도 효력을 유지할 조항의 목록과 존속 기간을 따로 적습니다.
  • 해제할 때의 원상회복 범위, 이미 이행한 부분의 정산 방법, 돌려줄 돈의 이자 기산일을 적습니다.
  • 최고 기간, 통지 방법, 통지 도달을 확인하는 방식 등 해제·해지 절차를 적습니다.

존속 조항은 보통 \"이 계약이 해제, 해지 또는 기간 만료로 종료되더라도 제○조(비밀유지)와 제○조(관할)는 효력을 유지한다\"와 같은 일반적인 형태로 씁니다. 존속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비밀유지 의무가 언제까지 계속되는지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간이나 의무가 끝나는 사유를 함께 적는 편이 좋습니다.

통지서를 보낼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일회성 납품 계약은 보통 해제로, 계속적 계약은 해지로 표시합니다. 통지서에는 근거 조항, 위반 사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함께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해제만 했을 뿐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 거래에서 따로 볼 점

상대방이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면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정한 위약금이나 해지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면 약관 심사나 분쟁 조정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24는 소비자 상담과 피해구제 신청 경로, 품목별 분쟁 처리 정보를 안내합니다. 소비자와 맺는 계약서를 쓰는 사업자는 해당 품목의 안내 내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자 계약에서는 계약서에 위약금을 정해 두었더라도 그 금액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서 초안을 만들 때는 중도 해지 시 공제하는 항목과 산정 방식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적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이를 설명했다는 기록을 남겨 두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조항 작성과 검토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계약에서 위약금 조항이 적용되는지, 금액이 감액되는지는 계약 문언, 거래 경위, 실제 손해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금액이 크거나 이미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계약서 원본과 통지 기록을 갖추어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