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 예시
이 글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새로 구한 집의 입주일이 다가오는 주택 임차인을 위한 해설입니다. 이런 임차인의 계약서에는 대개 두 가지 문구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조항으로,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주택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하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함」과 같은 형태입니다. 다른 하나는 특약사항란에 들어가는 문구로, 「임차인은 계약 종료일까지 퇴거하고 주민등록을 이전함」 또는 「종료일 이후 점유를 계속하는 경우 임차인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함」과 같은 형태입니다. 아래 설명에 쓰는 조항 예시는 실제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흔히 쓰이는 형태를 일반화한 것입니다.
이 글이 다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임차인이 이 퇴거 조항에 맞춰 이사하려 할 때, 언제 집을 비우고 주민등록을 옮겨야 보증금 보호가 끊기지 않는지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개념이나 역사는 다루지 않고, 계약서의 퇴거 조항과 등기 완료 시점이 맞물리는 지점만 살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준은 결정문을 받은 날이 아니라 등기사항증명서에 주택임차권이 실제로 기재된 날입니다.
두 문구를 읽을 때 먼저 볼 기준은 퇴거 문구가 보증금 반환과 연결되어 있는지입니다. 특약사항란의 문구에 「보증금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표현이 없고 종료일만 적혀 있다면, 일반 조항의 반환 의무와 함께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보증금 반환과 상관없이 먼저 퇴거한다는 문구가 따로 있다면, 서명할 때 정말 그런 합의를 했는지 계약서 원본과 교부받은 사본을 대조해 확인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조항의 의미: 퇴거 의무와 보증금 반환 의무의 순서
일반 조항은 임차인의 주택 인도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한 문장 안에 묶어 둡니다. 두 의무는 서로 대가 관계에 있으므로 동시이행 관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거나 돌려줄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이 종료일에 집을 비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계약 위반 책임을 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약사항란의 퇴거 문구도 이 순서를 바꾸기로 하는 별도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같은 구조 안에서 읽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그 집에 계속 머무르는 것만이 안전한 선택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주택의 인도(점유)와 주민등록이라는 요건을 계속 갖추고 있어야 유지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새 집으로 옮겨야 하는 임차인은 퇴거 조항을 지키는 일과 보증금 보호 요건을 지키는 일 사이에서 순서를 정해야 하며, 이때 쓰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같은 법 제3조의3은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이 그 뒤 점유나 주민등록 요건을 잃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는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퇴거 조항을 이행해도 되는 시점은 이 등기가 마쳐진 뒤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종료일이 지났으니 집을 비우라고 요구하면서 보증금을 언제 돌려줄지는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은 퇴거 조항을 근거로 한 요구에 바로 응하기보다, 보증금 반환 일정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그 답변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답변이 없거나 반환이 어렵다는 답이 오면, 그 기록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분쟁이 생기는 지점: '결정'과 '등기 완료' 사이
분쟁은 대개 임차인이 결정이 나온 날을 기준으로 이사 날짜를 잡으면서 생깁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는 신청, 결정, 등기 촉탁, 등기부 기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보호의 기준이 되는 것은 결정문을 받은 날이 아니라 해당 주택의 등기사항증명서에 주택임차권이 기재된 시점입니다. 결정과 기재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 사이에 전출하면 대항요건이 끊긴 공백이 생깁니다. 그 공백 동안 주택에 다른 권리가 설정되면 보증금의 순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소지가 남습니다.
가정을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결정문을 받은 다음 날 새 집에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 뒤 열람한 등기사항증명서에 주택임차권이 아직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전입신고를 한 날부터 등기가 기재된 날까지 종전 주택에 대한 대항요건이 비어 있게 됩니다. 그 사이에 다른 권리가 등기되지 않았다면 실제 손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인은 이를 미리 알 수 없으므로, 등기 기재를 먼저 확인하고 그 뒤에 전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023년 7월 시행된 법 개정으로, 임대인에게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대인이 송달을 받지 않아 절차가 늦어지는 경우를 줄이려는 취지입니다. 그렇더라도 결정에서 등기 기재까지 걸리는 기간은 사건마다 다르므로, 정해진 일수를 전제로 새 집 입주일과 전출일을 맞추는 방식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새 집 입주일을 조정할 수 없다면 짐을 먼저 옮기더라도 전출과 열쇠 인계는 등기 기재를 확인한 뒤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분쟁 지점은 지연 배상 문구입니다. 특약에 종료일 이후 점유에 대한 배상 문구가 있으면 임대인이 이를 근거로 보증금에서 금액을 공제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해 동시이행 관계에서 점유를 계속한 것을 곧바로 위법한 지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임차인이 그 기간 동안 실제로 주택을 사용·수익했다면 차임에 상당하는 금액은 정산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실제 거주 여부와 기간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작성 시 유의사항: 퇴거 조항을 쓰거나 고칠 때
계약을 새로 쓰거나 갱신하는 단계라면 퇴거 문구에 조건을 붙여 두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의 퇴거와 주민등록 이전은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은 때 또는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기재된 때 이후로 함」과 같은 형태입니다. 이렇게 쓰면 종료일 퇴거 의무와 보호 요건 유지가 충돌하는 상황을 계약서에서 미리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연 배상 문구를 둔다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이행하거나 이행을 제공한 경우에 한함」이라는 단서를 함께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갱신 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종전 계약서의 퇴거 문구가 그대로 옮겨졌는지도 확인합니다. 갱신 계약서에 종전 특약을 유지한다고만 적혀 있으면 종전 문구가 계속 적용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으므로, 조건을 붙이려면 갱신 계약서에 새 문구를 따로 적어 두는 편이 명확합니다.
이미 서명한 계약이라면 문구를 고칠 수 없으므로, 종료 사실과 반환 요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먼저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끝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신청할 수 있으므로, 계약 종료를 증명하는 자료가 신청서류의 중심이 됩니다. 묵시적 갱신 뒤 임차인이 해지를 통지한 경우에는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끝나므로, 종료일 계산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받은 뒤 등기를 말소하는 일에는 임차인이 협조해야 하지만, 보증금 반환이 말소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임대인이 등기를 먼저 지워 주면 돈을 주겠다고 요청하더라도, 말소에 필요한 서류는 보증금 입금을 확인한 뒤 건네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또 임차권등기가 된 주택을 그 뒤 새로 빌린 사람은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으므로, 임대인이 등기 때문에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협상 과정의 사정일 뿐 보증금 반환을 미룰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조문은 임차인이 신청과 등기에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도 정하고 있습니다.
이사 전 확인 목록
퇴거 날짜를 정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목의 순서는 실제 진행 순서에 맞추었습니다.
- 계약 종료일 확인: 기간 만료에 따른 종료인지, 묵시적 갱신 뒤 해지 통지에 따른 종료인지 구분하고, 통지가 도달한 날을 보여 주는 내용증명이나 메시지 기록을 보관합니다.
- 신청 서류 준비: 임대차계약서 사본, 주민등록초본 또는 등본, 계약 종료를 증명하는 자료, 임차주택의 등기사항증명서를 준비합니다. 건물의 일부만 빌렸다면 그 부분을 표시한 도면도 필요합니다.
- 등기 기재 확인: 결정문을 받은 뒤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사항증명서를 열람해 주택임차권이 기재되었는지, 보증금·주민등록일자·점유개시일자·확정일자가 계약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 전출·퇴거 시점: 등기 기재를 확인한 날 이후로 새 주소 전입신고와 열쇠 인계 날짜를 잡습니다.
- 퇴거 기록: 열쇠 인계 일시, 관리비·공과금 정산 내역, 퇴거 당시 집 상태를 사진과 문서로 남깁니다. 점유 종료 시점이나 원상회복 범위를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 비용 증빙: 신청 수수료, 송달료, 등기 관련 비용의 영수증을 보관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때 함께 청구하는 자료로 씁니다.
- 후속 절차 검토: 임차권등기는 보호 요건을 유지하는 장치일 뿐 보증금을 받아 주는 집행 수단은 아니므로,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송 같은 후속 절차를 따로 검토합니다.
열람해 보니 보증금이나 확정일자 같은 항목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면, 전출을 미루고 정정 절차부터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 기재된 내용을 그대로 둔 채 점유를 옮기면, 나중에 순위나 금액을 다툴 때 기재된 내용이 기준이 되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전세 피해 예방과 지원에 관한 정책 안내는 국토교통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계약 조항을 읽는 방법을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 문구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