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회복 조항의 '원상'은 새집이 아니라 임차인이 주택을 넘겨받은 때의 상태를 뜻합니다. 입주 전부터 있던 낡음과 통상 사용으로 생긴 마모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되돌릴 대상이 아닙니다. 원상회복 대상은 임차인의 고의·부주의로 생긴 파손과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입니다.
가정 상황과 흔한 조항 문구
2년 계약 만료를 한두 달 앞두고 퇴거를 준비하는 주택 임차인의 상황을 가정합니다. 입주할 때 이미 벽지가 바래 있었고, 거실 마루 일부가 들떠 있었습니다. 거주하는 동안에는 임대인의 허락을 받아 벽에 선반을 달았고, 커튼을 걸면서 못 자국이 생겼습니다. 퇴거 점검을 앞두고 임대인은 도배 비용과 마루 보수 비용을 보증금에서 빼겠다고 알려 온 상태입니다.
원상회복 조항은 보통 일반 조항란에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임차인은 위 주택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와 같은 형태로 들어갑니다. 특약사항란에 「퇴거 시 도배·장판은 임차인 부담으로 새로 한다」나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은 퇴거 시 철거한다」 같은 문구가 덧붙기도 합니다.
조항의 의미: '원상'은 새집이 아니라 넘겨받은 때의 상태입니다
원상회복은 임차인이 주택을 넘겨받았을 때의 상태로 되돌려 반환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기준 시점은 건물이 지어진 때나 임대인이 마지막으로 수리한 때가 아니라, 해당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주택을 넘겨받음)받은 때입니다. 따라서 입주할 때 이미 바래 있던 벽지나 들떠 있던 마루를 새것으로 바꾸는 일은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의 범위에 들지 않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임대인이 다음 임차인을 위해 새로 단장하는 비용과 이전 임차인이 되돌려야 할 비용은 서로 다른 항목입니다.
또 하나의 기준은 통상의 사용으로 생기는 손모(닳거나 낡아 가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햇빛에 의한 벽지 변색, 가구를 놓았던 자리의 바닥 눌림, 오래된 설비의 자연스러운 노후처럼 정상적으로 살면서 생기는 마모는 임차인이 되돌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이런 가치 감소는 차임과 보증금을 주고받는 임대차의 대가에 이미 포함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임차인의 고의나 부주의로 생긴 파손, 환기나 신고를 소홀히 해 커진 곰팡이·누수 흔적, 임차인이 직접 설치한 시설물은 원상회복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원문을 보면 이 법은 대항력(전입신고와 입주로 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힘), 우선변제, 계약갱신, 차임 증감 같은 사항을 정하고 있으며, 원상회복의 범위를 따로 정한 조문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원상회복 의무 자체는 민법의 임대차 규정에 따른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에서 나오고, 그 범위는 계약서 문구와 입주·퇴거 당시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로 정해집니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가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봅니다. 원상회복 다툼이 길어질 때 임차인의 지위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이 규정입니다. 같은 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분쟁이 생기는 지점
첫째는 입주 당시 상태를 보여 주는 기록이 없는 경우입니다. 원상회복의 기준이 '넘겨받은 때의 상태'이므로 사진, 영상, 입주 점검표, 임대인이나 중개인과 주고받은 하자 관련 메시지가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기록이 없으면 임대인은 입주 때 깨끗했다고 하고, 임차인은 처음부터 그랬다고 맞서게 되어 다툼이 길어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보증금에서 비용을 공제하려는 쪽이 손상의 발생과 금액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임차인 쪽 기록이 있으면 항목별로 반박할 근거가 생깁니다.
둘째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설치한 시설물입니다. 선반, 블라인드, 수납장, 인터넷 배선 공사처럼 허락을 받고 설치한 것도 '두고 가도 된다'는 취지의 합의가 없으면 철거 대상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붙인 시설이 주택의 객관적 편익을 높이는 물건이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그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부속물매수청구권), 이 권리를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배제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습니다.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데 쓴 비용은 유익비로 상환을 청구할 여지도 있습니다. 선반이나 못처럼 임차인 개인의 편의를 위한 시설에는 이런 권리가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동의가 설치만 허락한 것인지, 퇴거 때 철거 의무까지 면제한 것인지가 다툼의 핵심입니다. 임대인이 그대로 두기를 원하면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할 수 있으므로, 퇴거 전에 처리 방법을 문자로 확인해 둡니다.
셋째는 전 임차인이 남긴 시설입니다. 입주할 때 이미 있던 시설을 그대로 쓴 경우, 현재 임차인이 그것까지 철거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임차인이 넘겨받은 상태가 기준이므로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철거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계약서에 전 임차인 시설의 철거까지 맡는다는 특약이 있거나, 전 임차인과 시설을 넘겨받는 약정을 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문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는 '도배·장판은 임차인 부담' 같은 특약입니다. 이런 특약은 통상의 손모까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었다고 볼 수 있을 때에만 일반 조항보다 임차인의 부담을 키웁니다. 문구가 모호하면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넓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체를 새로 하라는 것인지, 손상된 부위만 보수하라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다시 다툼이 생기므로, 특약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두고 협의에 임합니다.
가정 상황에 기준을 적용하면
앞의 가정 상황을 항목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론은 입주 기록과 계약서 문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항목마다 확인할 자료를 함께 적었습니다.
- 바랜 벽지: 입주 전부터 있던 상태이고 햇빛 등에 의한 변색은 통상의 손모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도배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할 대상이 아닙니다. 입주 때 사진이나 하자 알림 메시지로 당시 상태를 보여 주고, 도배 특약이 있다면 그 범위를 확인합니다.
- 들뜬 마루: 입주 때 이미 들떠 있던 부분은 원상회복 범위 밖입니다. 다만 거주 중 물을 흘려 방치하는 등 임차인의 부주의로 손상이 넓어졌다면 넓어진 부분은 따로 따질 수 있으므로, 입주 때와 퇴거 때의 범위를 비교할 수 있는 기록을 준비합니다.
- 허락받고 단 선반: 동의를 받아 설치했어도 철거 여부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철거 대상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차인 개인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므로 매수 청구 대상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임대인이 그대로 두기를 원하는지 퇴거 전에 문자로 확인합니다.
- 커튼 못 자국: 해석이 갈리는 항목입니다. 커튼을 거는 데 필요한 정도의 개수·크기인지, 임대인이 설치에 동의했는지에 따라 통상 사용 범위로 볼지 임차인 책임 손상으로 볼지가 달라집니다. 못 자국의 위치와 크기를 사진으로 남겨 둡니다.
퇴거 전 준비 목록
퇴거 점검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정리하면 손상 항목마다 '입주 전부터 있던 것인지, 임차인이 만든 것인지'를 나누어 설명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금액을 다투기 전에 범위부터 확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입주 당시 기록 모으기: 입주일 전후 사진·영상(촬영 날짜 포함), 입주 점검표, 하자 알림 메시지를 한곳에 모읍니다.
- 손상 항목 분류: 각 항목을 입주 전부터 있던 것, 통상 사용에 따른 마모, 임차인 책임 손상, 임차인 설치 시설물로 나누어 적습니다.
- 설치 시설 처리 확인: 동의를 받아 설치한 시설의 철거 여부를 퇴거 전에 문자나 메일로 답받아 둡니다.
- 퇴거 당일 기록: 짐을 뺀 뒤 입주 때와 같은 위치·각도로 사진과 영상을 남겨 두 시점을 비교합니다.
- 현재 소유자 확인: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사항증명서로 현재 소유자를 확인합니다. 계약 중 주택이 팔렸다면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새 소유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공제 내역 요청: 임대인이 비용을 공제하겠다고 하면 항목별 견적서나 영수증을 받아 앞의 분류와 대조합니다.
보증금 반환과 주택 인도는 서로 맞물린 의무(동시이행 관계)로 해석됩니다. 원상회복 비용에 이견이 있을 때는 다툼이 없는 금액과 다툼이 있는 금액을 나누어 협의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반환을 미룰 수 있는 범위는 원상회복이 되지 않아 생긴 손해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점을 협의 과정에서 짚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다음 계약에서 쓸 수 있는 문구
다음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원상회복 조항에 기준 시점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같은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상은 임차인이 인도받은 때의 상태를 말하며, 통상의 사용에 따른 손모는 제외한다'는 취지와 '입주 점검표와 사진을 계약서에 첨부한다'는 취지를 함께 넣고, 시설 설치에 동의할 때는 퇴거 때 철거할지 그대로 둘지까지 적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배·장판 특약을 넣는다면 전체 교체인지 손상 부위 보수인지를 함께 정해 둡니다.
결론은 계약서 문구, 입주·퇴거 기록, 손상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