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 예시
이 글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제조 기업의 개발 조직에서 일하는 개발자를 위한 해설입니다. 사내 서비스의 추천 기능을 설계하고 소스코드를 직접 작성한 개발자를 예로 듭니다. 회사는 그 기능 가운데 데이터 처리 방식 일부를 특허로 출원했고, 소스코드는 제품에 탑재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사내 규정을 다시 읽어 보니 발명과 저작물을 한 문장으로 묶어 회사에 귀속시키고, 보상은 직무발명 보상 규정에 따른다고 적혀 있습니다. 개발자가 알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특허로 출원된 부분 외에 자신이 작성한 소스코드 자체에 대해서도 같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런 조항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태를 취합니다. 아래 문구는 실제 회사의 문구가 아니며,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일반형입니다.
- 제1항: 임직원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창작한 발명, 고안, 디자인, 컴퓨터프로그램 및 그 밖의 저작물에 관한 일체의 권리는 회사에 귀속됩니다.
- 제2항: 제1항의 권리에 대한 보상은 회사의 직무발명 보상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릅니다.
겉으로는 모든 결과물에 같은 보상이 적용되는 것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제1항이 묶어 놓은 대상은 서로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습니다. 제2항이 실제로 어디까지 미치는지도 보상 규정 본문의 정의를 함께 읽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항의 의미
직무발명 제도를 정한 법률은 다음 두 요건을 갖춘 발명을 직무발명으로 봅니다. 하나는 종업원이 직무에 관하여 완성한 발명이 성질상 사용자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발명 행위가 종업원의 현재 또는 과거 직무에 속하는 것입니다. 같은 법률은 종업원이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사용자에게 승계하게 하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즉 법이 보장하는 보상청구권의 출발점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으로 보호될 수 있는 발명 등의 승계입니다.
반면 소스코드는 저작권에 관한 법률에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다루어집니다. 이 법률은 법인 등의 기획 아래 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로 봅니다.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됩니다. 일반 저작물은 법인 명의로 공표되어야 이 규정이 적용되지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는 공표 요건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 법률에는 직무발명처럼 종업원의 보상청구권을 정한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업무상저작물 요건을 갖춘 소스코드는 처음부터 회사가 저작자가 되는 구조이며, 법률상 별도의 보상 청구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예시 조항의 제1항은 성격이 다른 두 제도를 한 문장에 담고 있습니다. 제2항은 법이 보상을 요구하는 직무발명과 그렇지 않은 업무상저작물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규정으로 연결해 둔 것입니다. 소스코드에 보상이 주어지는지는 결국 회사 보상 규정이 저작물을 보상 대상으로 스스로 포함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두 영역을 항목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호 대상: 직무발명의 대상은 기술적 사상인 발명·고안·디자인입니다. 업무상저작물의 대상은 소스코드와 같은 표현물입니다.
- 권리의 최초 귀속: 직무발명은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먼저 권리가 생기고, 승계를 거쳐 회사로 넘어갑니다. 업무상저작물은 요건을 갖추면 처음부터 회사가 저작자가 됩니다.
- 법정 보상청구권: 직무발명은 승계 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업무상저작물에는 이에 대응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 보상의 근거: 직무발명은 법률과 사내 보상 규정이 함께 근거가 됩니다. 업무상저작물은 사내 규정이나 개별 계약에 정함이 있을 때에만 근거가 생깁니다.
- 권리 확인 경로: 직무발명은 출원·등록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저작물은 저작권 등록 기록이나 내부 개발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분쟁이 생기는 지점
첫째 지점은 보상 규정의 정의 조항입니다. 귀속 조항은 저작물까지 포함하는데, 보상 규정 본문은 발명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으로만 정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보상 항목도 출원·등록·실시·처분 단계로만 짜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회사는 소스코드가 보상 규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개발자는 귀속 조항 제2항이 보상을 약속했다고 봅니다. 문언이 엇갈리는 만큼 다툼의 여지가 생깁니다. 어느 해석이 우선하는지는 규정 전체의 문언과 작성 경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둘째 지점은 하나의 기능에 두 권리가 겹치는 경우입니다. 같은 추천 기능이라도 데이터 처리 방식이 특허로 출원되었다면, 그 부분은 직무발명으로서 보상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출원된 청구항이 덮지 않는 구현 코드는 저작물 영역에 남습니다. 회사가 제품 매출을 근거로 실시보상을 산정할 때 특허의 기여분과 코드의 기여분을 어떻게 나누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는 먼저 회사가 무엇을 출원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서는 출원인과 발명자 이름으로 공개된 출원·등록 건의 서지 사항과 청구범위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출원은 검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셋째 지점은 직무 범위 밖에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직무발명 제도를 정한 법률은 직무발명이 아닌 발명까지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계약이나 근무규정 조항을 무효로 정하고 있습니다. 저작물도 업무상저작물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창작한 개인이 저작자가 됩니다. 따라서 업무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만든 도구 코드까지 일체의 권리라는 표현으로 회사에 귀속시킬 수 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별도의 양도 합의가 있었는지, 회사 장비나 자료를 사용했는지와 같은 구체적 사실이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작성 시 유의사항
회사가 규정을 정비할 때는 귀속 조항과 보상 조항의 대상을 일치시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저작물에 대한 법정 보상 의무가 없더라도, 귀속 조항에서 직무발명 보상 규정을 인용했다면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규정 안에 저작물을 다루는 항목을 둘지, 아니면 저작물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할지를 정하는 편이 해석상 다툼을 줄입니다. 직무발명 제도를 정한 법률은 사용자가 보상의 형태, 보상액 결정 기준, 지급 방법 등을 정한 보상 규정을 작성해 종업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규정을 종업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에는 종업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저작물 항목을 새로 넣거나 빼는 개정도 이 절차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자는 입사 단계나 규정 개정 시점에 몇 가지 사항을 문언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귀속 조항이 직무 수행 과정처럼 범위를 한정하는지, 보상 규정의 발명 정의에 컴퓨터프로그램이 포함되는지,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달리 정하는 문구가 있는지입니다. 업무상저작물 규정은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부분의 문구가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확인할 자료 목록
보상 여부를 문의하거나 사내 절차를 밟기 전에 아래 자료를 모아 두면 쟁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각 자료는 권리의 귀속 시점과 업무 관련성을 보여 주는 근거로 쓰입니다.
- 입사 시 서명한 근로계약서와 지식재산 귀속에 관한 서약서 사본을 확보합니다.
- 현재 시행 중인 직무발명 보상 규정과 그 개정 이력, 서면 통지를 받은 기록을 확인합니다.
- 본인이 제출한 직무발명 신고서와 회사의 승계 통지 문서를 정리합니다.
- 공개된 출원·등록 건의 번호와 청구범위를 조회하고, 본인의 작업 내용과 하나씩 대응시킵니다.
- 코드 저장소의 커밋 기록, 설계 문서, 업무 지시 기록처럼 작성 시기와 업무 관련성을 보여 주는 자료를 보관합니다.
- 해당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 등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등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등록된 프로그램이라면 저작자와 저작권자가 어떻게 기재되었는지 확인하는 단서가 됩니다.
이 글은 조항의 구조를 설명하는 일반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규정의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금액 산정이나 분쟁 대응이 필요하다면 지식재산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